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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연예,문화

일본의 실체를 잘 느끼게 해 주는 여인 다카하시 루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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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화 세계와 일본인들의 기질과 속내를 알려고 할 때 아주 적당한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다카하시 루미코`라는 인물이다.
많은 이들이 다카하시 루미코라고 하면 `누구지? 생소한대...`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란마 1/2`과 `이누야샤`의 작가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아!` 할 것이다.

내가 이 루미코의 존재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것은 93년 `PD 수첩`을 통해서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어느 날 상당히 특이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대개 시사 문제와 각종 사건을 다루던 것과는 달리 당시 어느 일본 만화가 아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내용에 문제가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지켜보던 나로서는 `그 깟 만화 하나 가지고 유난 떨기는... 소재가 어지간히도 고갈 되었나 보다` 라고 생각 했었다.
하여간 난 그 프로그램을 통해 란마 1/2이라는 당시로서는 너무나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만화와 작가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에 무술 수련을 갔다가 여자가 빠져 죽은 낭익천이라는 곳에 빠져 찬 물만 몸에 닿으면 여자로 변하는 남자 주인공 `사오토메 란마`와 말괄량이 선머슴아 같은 란마의 약혼녀 `아카네`(한국 이름 주세나)의 좌충우돌을 다룬 이 란마란 만화는 단순 오락 만화로 보기에는 허전한 점이 많다.
각각의 캐릭터를 보면 뭔가 생각할 부분이 있다.
주인공 란마는 여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극도로 혐오하는 마초 소년이지만 그런 반면 여자로서의 혜택(?)을 은근히 즐겨하고 아카네의 아빠인 무술인 `주진창`이라는 남자는 얼핏 보기에는 엄격하고 폼만 잡는 사무라이 같지만 알고보면 단순하고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고 그의 사부인 `팔보` 영감은 무시무시한 괴물 노인 같지만 여자 속옷만 보면 광분하는 바보 변태, 그리고 주진창의 장녀 `하나`는(일본 이름은 생각 안 남) 파리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얼굴과 행동을 지녔고 무뇌아 같지만 의외로 의연하고 엉뚱한 기질이 있고 차녀 `두나`는 그저 돈 밖에 모르는 속물스러운 `돈벌레` 스타일, 그리고 막내 아카네는 무술 유단자에 그 어떤 남자도 우습게 보는 철녀 같지만 알고 보면 여성스럽고 수줍은 많은 소녀이다.
한 마디로 철저한 이중성과 속물근성, 그리고 이 것을 마치 미덕 내지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본인들만의 기질이 은연중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절제하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어린애처럼 단순한 기질과 지독하게 돈을 밝히는 영악함과 계산성, 겉으로는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정체모를 독기를 숨긴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일본인들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
일본 열도에 과부와 총각의 연애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메종 일각`이라는 만화는 예전 국내에 `왁자지껄 한심 연립`이라는 제목의 해적판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
보는 시험마다 떨어지는 어벙하고 한심한 낙제생 봉식과 봉식이 세들어 사는 다 쓰러져 가는 연립의 주인인 젊은 미모의 과부의 사랑을 다룬 이 만화는 한창 경제 성장을 위해 전국민이 사력을 다하던 70년대 일본의 서민적 정서와 체취가 스토리 전체에 물씬 풍긴다고 볼 수 있다.
맨날 술병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오지랖 넓은 뚱뚱한 아줌마와 남의 집을 엿보는 취미를 지닌 변태 남자, 주점 종업원인 퇴폐적인 여자 등 개성 넘치는 세입자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무엇인가를 전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한다.
철저한 개인주의 국가이지만 알고보면 남의 일에 관심 많고 타인의 사생활 엿보기를 즐기는 독특한 국민성과(만화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봉식의 구멍난 벽을 통해 뚱보 아줌마와 변태 남자, 나가요 걸이 수시로 속옷 바람으로 말도 없이 들어와 왁자지껄 술판을 벌여 봉식을 당황하게 만드는 대목) 삭막하고 건조한 일본이라는 나라이지만 그럼에도 인간 본연의 따스한 인간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수녀와 빌빌거리는 복서의 연정을 다룬 `1파운드의 복음`, 황당유치의 절정인 `시끄러운 녀석들(국내에서는 `별의 아이 라무`라는 제목으로 소개 되었음), 심오한 걸작 `인어의 상처` 등 숱한 힛트작을 남긴 루미코라는 여인, 내 개인적으로는 이 여인만큼 일본인들 특유의 사상이 작품에서 녹아 나는 인물은 없는 듯 하다.
지금도 의문스럽다.
어떻게 평범한 중년 아줌마가 이런 깜찍엽기발랄한 그러면서도 심오한 작품들을 쉴새없이 쏟아 낼 수 있는지.

흔히 작품은 그 작가의 세계의 국민의 정서가 녹아 있다고 한다.
일본은 만화를 통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난히 큰 눈과 금발머리, 긴 팔다리와 예쁜 얼굴을 지닌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들이 결코 지니기 쉽지 않은 모습을 대리만족으로 얻으려 하고 `철완 아톰`등을 통해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 꾸며 성 경계가 모호한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자유로운 성의식을 표출하고(란마와 란마와 란마의 소꿉 친구를 쫓아 다니던 여장 남자 아이, `베르사이유 장미`의 오스칼과 `올훼스의 창`의 남장 여자 주인공 등) 무뇌아 같은 주인공들을 통해 일본 특유의 꽉 짜여진 답답한 일상을 일탈해 보다 단순하고 편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일본인들만의 세계관과 가치를 말이다.
또 유난히 귀신과 괴담을 좋아하는 기질 또한.
(`트릭`이나 `미드나이트 고스트투어`, `기묘한 이야기`, `야쿠모 이츠키` 등 일본의 인기 드라마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일본인들은 유난히 괴담과 귀신 이야기를 선호하고 또 즐긴다.
루미코의 란마나 이누야샤, 인어 이야기 등에도 이런 소재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하여간 이런 이유에서 루미코는 내게 가장 전형적인 일본인들의 기질과 취향이 녹아내린 작가라고 생각 된다.

<*** 보너스: 지금 시중에 출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루미코의 만화 중 `인어` 이야기를 반드시 읽어 보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루미코 스스로 `내 필생의 과제`라고 했던 인어 시리즈.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전설의 인어가 아닌 영원한 젊음과 삶을 쫓는 인간의 처절하고 허무한 욕망을 다룬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할만 합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소름이 돋던 기억, 지금도 생생합니다.
특히나 `만화야 다 뻔한 얘기지 뭘`, `애들 보는 거 아니면 벗는 거 둘 중 하나 아냐?`라고 하는 사람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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