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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몸짱 체고생들 알고보면 다 부잣집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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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는 한 체대 입시 학원이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걸 느끼게 되었다.
한국의 뼈저린 현실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거의 매일 그 학원 다니는 애들을 보았는데 이 중 최대 하이라이트는 운동장.
다른 체대 학원들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학원은 강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 건물 바로 건너 편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지옥훈련을 시킨다.
육상 같은 학원 안에서는 지도나 연습이 불가능한 걸 실습 시키기 위해.
특히 여름과 초가을은 입시 직전 막판 단계라 완전히 깜깜해질 때까지 거의 저녁 내내 운동장에 애들을 돌리는 강행군의 연속.

(여자애들은 전체 2,30% 나머지는 전부 남학생들인데
그 몸 쭉 빠진 남자애들이(체대 가려는 애들은 거의 유년 시절부터 운동으로 단련되어 왔던 애들이라 몸이나 키가 그 또래 애들과는 차원이 다르며 얼굴도 운동을 많이 하고 자외선을 많이 쬐서 그런가 또래에 비해서는 성숙해 보임) 런닝에 얇은 반바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운동하는 애들이라서 개방적이라서 그런가?
여자애들이 있건말건 덥거나 땀 난다고 옷을 훌렁훌렁 잘 벗고 웃통은 물론 바지도 아무데서나 갈아입고 그런다.
이런 탓에 나 뿐 아니라 이 곳을 지나가던 인근 애들까지(여중고생들과 초딩들, 내 집 근처에는 초중고교가 많이 밀집되어 있어서 동네가 거의 대형 학원가 수준) 이들의 모습에 눈길을 많이 주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던 점은 얘네들의 이미지.
얼굴이야 요즘 애들이니까 그렇다 치지만(거의 다 준수한 편에 속함, 못 생긴 애는 그 중 2,3명 정도 밖에 안 되고 대부분 평범 이상 혹은 어떤 애는 최시원이나 강인 급으로 생긴 경우도 제법 됨) 부티가 많이 풍긴다는 점이다.
물론 세월이 변했다고는 하나 사람들은 일단 운동하는 애들하면 형편 어려운 애들을 주로 연상하는데 얘네들 보면 그런 생각 싹 사라지게 된다.
헤어 스타일부터 옷차림 그리고 신발 등이 대부분 고가라는 걸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기존 운동하는 남자애들 하면 이발소에서 깎은 듯한 촌스러운 스포츠 머리에 시장표 싸구려 츄리닝과 운동화 대충 요런 걸 연상들을 했다.
그런데 얘네들은 얼굴과 몸 미끈한 건 둘째 치고(또 이런 점도 있음 얘네들 몸매, 예전에는 체고애들, 체대 지망생들 하면 젓가락처럼 비쩍 마른 애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얘네들 중 마른 애들 하나 못 봤음. 그냥 세미나 스텐 근육형들) 잘 보면 거의 가격 꽤 나가는 미용실에서 한 듯한 세련된 샤기컷 헤어에(그러고보니 얘네들 중 스포츠나 반삭 머리한 애들 통 못 봤음, 전부 헤어 스타일에 공 들은 흔적이 많이 보임) 몇 십만원은 족히 나갈 듯한 고급 유니폼에 트레이닝복에 한 눈에도 고가임이 확실한 무슨 상표의 운동화 투성이.

그리고 얘네들 사복 차림 보면 한 층 더하다.
얘네들 운동 끝나고 사복 차림으로 근처 피시방이나 피자집 같은 데 가는 걸 자주 보는데 하나같이 유명 브랜드 일색.
모자 하나 가방 하나도 싸구려 찾아보기 힘 들다.
난 요즘 운동하는 애들 사정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건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저 막연하기만 하던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 했는데 며칠 전에야 정확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피자집에서.

며칠 전 글에서도 소개 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아주 잘 나가는 동네 피자점이 하나 있는데 그 체대 학원 원장이 여기 단골이다 그 학원 애들도 여기 자주 떼지어 들락거리고.
예전 국가대표 육상 선수 출신이었다는 원장은 여전히 현역 시절 몸을 유지 중인 사람인데(지금 나이가 30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데도 군살 없이 근육이 단단함, 역시나 사람은 이래서 놀던 가락이 중요한 듯) 이 분과는 유난히 자주 부딪힌다.
내가 이 피자집에 들릴 때마다 수시로 마주쳤으니까.
그래서 자연스레 눈인사 정도 나누다가 며칠 전에야 둘다 피자가 완성되길 기다리다가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고 난 이런 질문을 했다.

`애들이 참 멋쟁이네요 선생님도 그렇구요`
한 마디로 걔네들 부티 나 보인다 소리를 돌려서 한 것.
그러자 이 분이 하는 말이,
`그럴 수 밖에요 다들 사는 집 애들이니까요`
`그래요? 체육이 돈이 좀 드나봐요?`
`좀 드냐구요?(그 분은 이 말 하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음) 좀이 아니죠 상당히 들죠 기본 레슨비만 해도 1년에 1500 단위인걸요`
`천 오백? 그 게 그렇게나 많이 들어요?`
`네 그건 기본적인 비용만 그 정도고 부가적으로 드는 것까지 합치면 거기에 곱하기는 기본이랍니다`

이 분의 말로는 학부모가 애 하나 운동선수 만드려면 그리고 체고 체대 보내면서 뒷바라지 하려면 일 년에 돈 2000 이상 깨지는 건 각오해야 한단다.
학원비나 등록금부터 시작해 경우에 따라 맨투맨도 해야 하고 유니폼비, 합숙훈련비, 선생들 격려금 및 용돈 등등 부가적인 게 상당하다고.
그러니 돈 없는 집 애들은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아 거의 사는 집 애들이 운동을 배우는 거고 또 그래서 자기가 가르치는 애들만 해도 중소기업 대표 자녀나 대기업 간부 혹은 고위 공무원 정도 되는 부모 둔 애들이 흔하다고 했다.
그리고 형편은 안 되는데 꿈을 버리지 못 해 운동에 뛰어든 애들이나 무리하게 지원을 해 주는 부모들은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힘에 부쳐 중도하차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이 운동선수 세계도 그렇게 엄마들 치맛바람이 세서 형편 안 되는 엄마는 다른 잘 난 엄마들 기와 텃세에 눌린다고 함)
한 마디로 이젠 가난해서 라면만 먹고 뛴다는 임춘애 선수 스토리 같은 건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뭐 이런 얘기도 들려 주었다.

그리고 이 분의 마지막 말이 압권이었다.
`옛 날에는 가난한 집 애들이(그 자신도 그랬단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어렵사리 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함) 하는 게 운동이지만 요즘에는 부잣집 애들이 하는 게 운동이다`

어쩐지? 애들이 죄다 부티 나 보이더라니.
게다가 옛 날에는 운동선수 하면 중고교 중퇴자들처럼 낮은 학력 소유자들이 많았는데 요즘 모든 스포츠 분야 통털어서 이런 사람들 어디 있나?
어떤 종목이건 대학은 기본이고 대학원 과정도 흔하다.
못 배운 애들이 운동 선수 한다는 건 완전히 옛 말!
그러니 자연 운동하는 애들한테 못 배웠다느니 무식하다느니 하는 소리 요즘에는 절대 하면 안 된다.

그 걸 듣고나서 기분이 몹시 씁쓸해졌다.
예전에는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의 거의 유일한 신분탈출구가 이 스포츠 분야였는데 이도 이젠 가진 자들의 권력세계로 변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서울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듣던 비하인드 스토리 요즘에는 도통 못 들은 것 같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마칠 수 없었던 권투선수 *** 오늘 링에서 그 어려운 세월의 서러움을 풀다`, `오늘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낸 *** 선수 어린 시절 보리밥이라도 좋으니 밥을 실컷 먹어 보는 게 소원이었다`, `양궁의 여왕 김수녕 선수 대전에서 환경 미화원을 하시며 어렵게 자신을 뒷바라지 하신 부모님께 오늘의 이 영광을 돌리다`, `유도 금메달리스트 *** 선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일찍 남편을 여의고 행상을 하며 홀로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모친에게 달려가 얼싸 안으며 눈물을 흘리다`

내가 써 놓고도 마음이 무겁지만 이게 요즘 한국의 정확한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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