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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약으로 철저히 복수했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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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때, 우리 반에서는 물건이나 도시락 절도 사건이 잦았다.
나도 당하기 시작했다. 체육이나 화학처럼 실습 시간만 끝나고 돌아오면 내 도시락은 휑하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 까짓거 그 나이 때는 그런 것쯤 장난으로 넘길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그 먹은 사람, 매너가 장난이 아니었다.
깨끗이 먹고 제자리에 잘 넣어두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꼭 그 빈 통에 침이나 가래를 뱉어 놓거나 머리카락(저질스럽게도 그냥 머리카락 아님, 일명 *털) 심지어 벌레를 집어 넣어 두는 것이다. 한 마디로 훔친 것도 모자라 당하는 사람 엿까지 먹이는 것...

난 그런 일이 네 번 반복 되자 더 이상 참을 수 가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약국에 들려 설사약을 구입했다. 이른바 설사가 나오게 하는 약...
그리고 다음 날 도시락으로 카레 라이스를 했다. 그리고 그 카레에 설사약 두 봉지를 그대로 털어 놓고 비빈 후 도시락에 담았다. 한마디로 범인 색출을 하기로 한 것이다.
언젠가 읽은 `셜록 홈즈`에 이런 내용이 있다. 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이 먹을 음식에 수면제를 타기로 했고, 카레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다(왜? 카레라는 음식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양의 약을 타도 맛으로는 감지할 수 없으니까...).
내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실습 끝나고 와보니 내 도시락은 텅 비어 있었고, 난 주위를 둘러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음 수업 시간에 어떤 녀석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 나더니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 갔다. 선생에게 말도 없이... 그 놈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난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 문제의 녀석은 평소 애들 삥 뜯기, 빈대 붙기. 구타하기, 수업 줄행랑 치기로 찍힌, 한마디로 문제아였다.

문제아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밉지 않게 반항하는 스타일(흔히 애들과 교사에게 은근히 인기 많음)과 인간 말종 이 두가지...
놈은 후자였다.
맨날 후배나 초등 학생 돈 뜯는 것도 모자라 돈 빌려 달라고 해서 없다고 하면 주머니를 마구 뒤지거나 책가방을 던지는... 게다가 폭행은 기본이었다. 난 녀석을 안 미워 할 수가 없었다. 특히 빈대 붙는 데 재능 있었는데 어처구니 없는 점은 녀석의 집이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다. 꽤 큰 갈비집을 운영하는 한마디로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 없는 녀석이었고(하긴 빈대들이나 남 삥 뜯는 애들치고 의외로 형편 나쁜 애들 없다 정말 어려운 애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남의 호의도 무시하고 괜찮은 애들이 더 심하다), 단지 재미로 남 못살게 굴던 녀석... 난 정체를 확인한 그 순간 내 꾀가 너무 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없었다.
녀석은 수시로 일어나 화장실로 돌진했고 애들과 교사는 킬킬대느라 수업이 되지 않았다.
난 그 뒤로 도시락을 일절 싸지 않고 매점에서 과자나 김밥으로 대신 끼니를 때웠다. 녀석은 내가 범인임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왜냐 여러 개를 먹었으니까...(녀석 별명이 `빡세`였는데 당시 `주현`, `양동근` 주연의 `형`이라는 드라마에 등장 하던 거지). 별명에서 느껴지듯 녀석은 남 도시락을 한꺼번에 몇 개씩 먹어 치우던 괴물이었다(난 우연히 체육 시간에 배가 아파서 교실로 들어 왔다가 녀석이 도시락 네 개를 책상에 올려 놓고 아귀처럼 먹어 치우는 걸 목격 했다. 주번인 아이에게 불면 죽인다고 협박하면서...).

가끔 그 일과 녀석이 떠오른다. 녀석은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행여 범죄 조직 내지 못된 짓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하여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어쩐지 놈에게 미안한 감정이 지금도 전혀 생기지 않는다. 내가 너무 못 된 것일까? 아니면 녀석에게 면죄의 사유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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