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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쉬운 글에는 함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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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너무 안 읽었다. 교보에 가서 돌아올 때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재밌는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가당찮은 교만을 떨면서.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술 마실때는 어절씨구나하면서 돈도 펑펑 쓰면서 책 살때는 왜 그리 아까운지. 허. 공부, 제대로 포기했구나.

'당신 저 책 재미있어 할꺼야.' 뭔 바람이 불었는지 친구가 추천한 책을 한권 사러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을 하다가 5만원이면 2000원어치 쿠폰을 더 준다길래 5만원 채우려고 두권을 더 샀다. 역시 난 1+1에 약하다. 마트에 가서도 1+1은 일단 고르고 본다.

'이거 누구 책이야?'
'어 피지오형꺼.'
'와. 이게 책이야? 사전이잖아. 9백페이지네? 이걸 읽어?'
이런 거지같은 넘. 툭 내려놓더니 '3백페이지'짜리 두번째 책을 집더니 펼쳐본다.

'와. 그냥 첫번째 문장만 읽었는데도 무슨 말인지 한마디도 모르겠어. '정동에 대한 관념의 선차성이...이것은 비재현적 사유양식들에 대한 재현적 사유양식들의 선차성을...' 한 구절을 따라읽더니 피식 웃는다.

'형은 이게 이해가 되요?'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고. 다 그렇지 뭐.'
'대단해요.'
'근데 형, 저렇게 꼭 무슨 말인지 모르게 글을 써야해?"
'쉬운 글에는 함정이 있대잖아. 그래서 어렵게 써야한대. 흥. 웃기고 있어. 그게 다 의사들이 환자들 몰라보라고 영어로 어렵게 쓰는 거랑 똑같아. 지들 잘났다 이거지. 그래야 우리 농락하면서 밥벌어 먹거든.'

일년전쯤 일이 생각났다. 스피박이라는 무지막지하게 글을 어렵게 쓰는 인간이 있는데 그 사람 책을 사왔다. 늘 내가 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넘은 - 그러나 인문학은 3줄만 읽으면 잠이 온다는 그 넘은 - 라면 끓이다말고 '무슨 책이야?'하면서 펼쳐 들었다. 책의 뒷면에 쓰여진 '쉬운 글에는 함정이 있다'는 카피를 보더니 '똥 싸고 있네. 쉽게 쓸줄 모르니까 못 쓰는거지 함정이 있긴 개뿔.' 하더니, '너는 내 라면 냄비 받침대나 되라'하더니 이 '무식한' 넘이 그 책을 라면 냄비 밑에 깔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놈은 득도한 것인가?,  무식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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